어떤 뜻을 전하려는지부터 살펴보기
내 지위나 자격을 말할 때는 ‘로서’, 일을 이루는 수단이나 도구를 말할 때는 ‘로써’를 씁니다. 역할을 소개한다면 ‘어떤 자격으로 하는가’, 일의 방법을 설명한다면 ‘무엇을 이용해서 하는가’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바탕으로 이 차이를 설명합니다.
교육자의 지위·자격을 나타내는 경우를 보면 뜻이 분명해집니다. 국립국어원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자의 능력을 기르기를 바라는 문장에서 ‘교육자로서’가 자연스럽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도구를 이용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역할의 능력을 기르는지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의 별도 답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역할·자격과 수단·방법을 말하는 문맥에 집중합니다. ‘로써’에는 재료나 어떤 일의 기준이 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용법도 있으므로, 여기서 다루는 구별이 두 조사의 모든 용법을 망라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는 앞말에 붙어 그 말이 문장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는지 드러내는 말입니다. 여기서 ‘자격’은 자격증의 유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어떤 지위나 신분으로 행동하는지를 나타냅니다. 반면 ‘수단’은 어떤 일을 이루는 데 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두 조사를 고를 때는 앞말의 이름만 보기보다 그 말이 뒤의 행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역할 소개는 행동하는 사람의 지위에, 방법 설명은 일을 이루는 데 이용한 것에 초점을 둡니다.
문장을 바꿔 보며 선택 기준 익히기
다음은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만든 예문입니다. ‘나는 팀장으로서 의견 차이를 조정했다’에서는 팀장이라는 자격으로 조정에 나섰다는 뜻을 전합니다. 이 문장이 답하는 질문은 ‘어떤 지위에서 조정했는가’입니다. 실제로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팀장으로서’라는 표현만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를 ‘나는 대화로써 의견 차이를 조정했다’로 바꾸면 설명의 초점이 방법으로 옮겨갑니다. 대화를 이용해 의견 차이를 조정했다는 뜻이므로, 이번에는 ‘무엇을 통해 조정했는가’에 답합니다.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보다 조정을 이루는 데 사용한 수단을 밝히는 문장입니다.
두 정보를 함께 전하려면 ‘나는 팀장으로서 대화로써 의견 차이를 조정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팀장으로서’는 나의 자격을, ‘대화로써’는 조정의 수단을 각각 설명합니다. 한 문장에서도 두 조사가 서로 다른 정보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자신의 문장에도 이 질문을 대입해 보세요. 역할을 소개하려는 자리라면 ‘어떤 자격으로?’, 처리 방법을 설명하려는 자리라면 ‘무엇을 이용해서?’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위 예문은 조사 한 글자만 바꾼 비교가 아닙니다. ‘팀장’과 ‘대화’로 앞말을 달리해 설명하는 정보의 차이를 보여 준 것이므로, 같은 앞말에 두 조사를 언제나 바꾸어 붙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철자만 바꾸기 전에 확인할 문맥
앞말이 사람인지 사물인지만 보고 고르면 놓치는 문맥이 있습니다. 사물도 문장에서 지위나 자격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은 ‘농지’에 관한 질문에서,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문맥이라면 재료나 수단보다 지위·자격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여 ‘농지로서’가 문맥상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물이니 로써’라는 암기법으로는 이 선택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질문에 제시된 문맥에 관한 것이며, 모든 ‘농지’ 문장에 같은 표기를 적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수단 역시 손에 잡히는 도구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오늘 발표’가 논란을 매듭짓는 수단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면 ‘오늘 발표로써’가 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선택의 근거는 ‘발표’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발표를 이용해 논란을 매듭짓는다는 관계입니다. 이 답변은 다른 해석에서도 ‘발표로서’가 반드시 틀리다는 판정이 아니며, 같은 문장에서 두 표현이 모두 자연스럽다고 인정한 답변도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교정할 때는 조사 앞 단어에서 멈추지 말고 뒤의 행동이나 서술까지 읽어 보세요. 뜻이 불분명하다면 ‘어떤 자격에서 하는 일인지’ 또는 ‘무엇을 이용해 하는 일인지’를 먼저 풀어 써 보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철자를 먼저 고치기보다 전달할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역할과 방법을 모두 말하고 싶다면 앞선 예문처럼 두 정보를 각각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물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문장에서 자격을 밝히는지 수단을 밝히는지 구별하는 일입니다.
핵심 정리
- 지위·신분·자격을 나타내면 ‘로서’, 일을 이루는 수단·도구를 나타내면 ‘로써’를 씁니다.
- ‘어떤 자격으로?’와 ‘무엇을 이용해서?’를 물어보면 역할과 방법 중 무엇을 설명하려는지 구별하기 쉽습니다.
- 앞말이 사람인지 사물인지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그 말이 뒤의 행동과 맺는 관계를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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